흑백요리사 11~12화 '요리지옥'을 보며 드는 생각

일상

흑백요리사 11~12화 '요리지옥'을 보며 드는 생각

2nddrawer 2024. 10. 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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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넷플릭스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콘텐츠는 단연 '흑백요리사'다. 개인적으로도 전 편은 아니지만 '굳이 찾아서 본' 콘텐츠가 드문데, 흑백요리사의 요리지옥 부분은 오랜만에 흥미롭게 보았다.

 

흑백요리사의 요리지옥을 보면서, 느낀 것들이 몇 가지 있어 정리해 보았다.

 

자기만의 판을 짠 자 vs 그렇지 않은 자

이미지: Pexels

 

요리지옥에서 마지막 판까지 살아남은 최후의 2인인 에드워드 리와 트리플스타가 다른 참가자들과 차별화되었던 점은, 자기만의 판을 짜서 실행했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리는 일곱 번의 요리 대결을, 일곱 개 요리가 나오는 코스로 판을 짰다. 트리플스타는 여러 나라의 스타일로 두부를 재해석하는, '두부로 세계일주' 같은 판을 들고 나왔다.

 

같은 주재료로(심지어는 활용도가 크게 제한되어 보이는 두부라는 식재료로) 계속해서 다른 요리를 해야 하는,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두 쉐프는 코스요리와 세계일주의 판으로 두 심사위원에게 한 번 더 각인될 수 있는 이점을 얻었다.

 

방향성과 컨셉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얼만큼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지금 당장 떨어질 수 있는 판이라는 불안감을, 방향성과 컨셉을 가지고 밀고 나가 최종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이러한 컨셉과 방향성을 충분히 실행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던 이모카세 1호의 경우,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탈락했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더 완결된 판

이미지: Freepik

 

그렇다면 에드워드 리와 트리플스타의 판은 어떤 점이 달랐을까? 요리지옥 대결이 두세 번 돌고 두 쉐프의 요리를 보며 '이거 판을 짠거네'라는 느낌이 들었고, 결국 판을 짠 두 명의 쉐프가 남았을 때 같은 퀄리티라면 에드워드 리가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드워드 리가 짠 판은 '더 완결된' 접근이었고, 트리플스타의 판은 본인이 '하고 싶은' 접근이 더 강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요리지옥이 진행되는 동안, 심사위원은 8 + 7 + 6 + 5 + 4 + 3 + 2 = 총 35가지의 요리를 시식하고 평가해야만 한다. 문제는 주재료는 무조건 '두부'여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사회초년생 시절 라면 제품 마케터였을 때, 하루에 16종의 라면을 시식했던 적이 있다. 한두 젓가락씩만 먹었음에도 정말 고역이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최고급 퀄리티의 요리라도 35가지의 요리를, 그것도 같은 주재료의 요리를 먹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드워드 리의 마지막 요리는 디저트, 트리플스타의 마지막 요리는 멕시칸이었다. 하나의 판은 코스의 완결을, 다른 하나의 판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의미했다. 신이 만든 7가지 요리의 판을 동등한 '세계일주 중 하나'로 끝내는 것보다는, '코스의 완결'로 끝내는 게 더 높은 완성도를 의미했을 것으로 보인다.

 


 

요리지옥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구조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미션이었다. 실력자들도 힘들어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도록 만드는 구조였지만, 그럼에도 실마리를 찾아 해결하는 재미와 인사이트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이렇게 잘 짜여진 미션이 결승이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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