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과 행리단길, 조선 시대나 지금이나 계획이 다 있었구나!

일상

수원화성과 행리단길, 조선 시대나 지금이나 계획이 다 있었구나!

2nddrawer 2021. 10. 2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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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과 행리단길에서 발견한 의외의 어울림

행궁동 내 화성행궁

가을이지만 약간은 더웠던 날, 수원화성과 행리단길을 방문했다. 대부분의 성벽이 허물어져버린 서울과는 달리 수원화성은 성과 도시가 잘 어우러져 있었다. 여기에 밤에는 영상과 특수조명을 활용한 미디어아트쇼가 굉장한 볼거리라고 들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로 인해 내가 갔던 날은 볼 수가 없었다. 

 

미디어아트쇼의 아쉬움을 뒤로 하면서, 수원화성의 야경을 밤에 보기로 하고 행리단길로 향했다. 개인적으로는 전국 여러 군데에 생긴 '~리단길'에 대해, 그 길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보다 홍보에만 먼저 열을 올리고 있는 점이 아쉬움으로 다가와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행리단길은 다른 곳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행리단길은 수원화성과 가까이 붙어 있으면서, 한옥부터 신축까지 여러 시간적 스펙트럼을 가진 단독주택과 카페, 공방 등과 어우러져 있었다. 여기에 중간중간 그려져 있는 벽화들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다. 점집이 많은 것도 특이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풍수지리적으로 기가 센 곳이라 점집이나 철학관이 많이 위치해 있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한 장소에 모여 있기에는 조금 의외인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있어, 행리단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매력을 발산하는 듯했다.

 

수원화성의 야경

통닭거리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다시 수원화성을 따라 걸었다. 낮에 본 수원화성은 그 규모로 도시를 압도했다면, 밤에 본 수원화성은 낮과 달리 훨씬 도시와 잘 어우러졌다. 낮에는 교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끊어진 성벽을 보는 게 아쉬웠다면, 밤에는 끊어진 부분도 자동차와 주변 건물들의 빛이 채워 주면서 의외의 어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수원화성과 행리단길은 계획이 다 있었다

사실 수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로, 수원화성 역시 정약용이 만든 '매뉴얼'로 지어져 전쟁으로 소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뉴얼대로 다시 복원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복원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건 덤이라고 하기에는 좀 크다) 하지만 문화재가 많다는 건 그만큼 건축 규제가 까다롭다는 뜻이 되었고, 수원의 다른 지역이 발전하는 동안 수원화성이 위치한 행궁동의 시간은 멈춰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게 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마을 주민들이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동네를 개조하고, 예술 작품을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수원시의 계획적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합쳐졌다. 2010년 '행궁동 사람들'이라는 벽화 작업과 전시를 포함한 생활예술 프로젝트, 2011년 '도시정책시민기획단' 출범, 2013년 '생태교통 축제'로 자동차 없이 살아보기, 이후 한옥 건축에 대한 비용 지원 등 지속적인 기획과 실천이 이루어져 오늘날의 수원화성과 행리단길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한편 행리단길은 행궁동 일대 문화 자산이 축적되면서, 힙한 카페들과 다양한 분야의 공방이 생겨나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렇게 지역 주민과 시의 노력, SNS를 통한 확산을 바탕으로 수원화성과 행리단길이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다만 이제 수원화성과 행리단길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산을 넘어야 할 것이다. 몰려드는 사람이 많다진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감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계획대로 성을 축조하고 스스로 동네의 가치를 높였던 힘을 보여줬던 것처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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