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있는 틈틈이 프리랜서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기 위해 에이전시와 플랫폼 몇 군데에 등록을 해 보았다. 당장 일을 의뢰 받아서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른바 '간'을 보기 위한 목적이라 최소한의 프로필만 작성해 넣어 보며 눈팅을 했다.
허수가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고, 내가 일해야 할 마케팅 분야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프리랜서로서의 자신을 셀링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100페이지가 넘는 프리랜서별 상품 견적과 한 시간에도 몇 번씩 올라오는 의뢰들을 살펴보면서 자칫하다가는 주식의 단타매매처럼 분초 단위로 피를 말리면서 살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프리의 망망대해에 표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는 게 먼저일 것 같아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1.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통한, 검증된 일부터
아무리 새롭게 시작한다고 해도, 이미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가 있다면 잘 활용하려 한다. 예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니, 내가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나를 추천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초반에 좋은 성과를 낼 확률을 높이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나 역시 나를 믿고 일을 소개해 준 지인을 생각해서라도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 직장들에서도 신규 인원을 채용할 때, 채용공고를 통한 채용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외부 인재의 추천을 더 선호하는 추세를 확인했다. 인맥이 아닌, 믿을 만한 검증 채널을 거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과정인 것이다. 아스팔트 길이 있는데 굳이 자갈밭으로 차를 몰 이유는 없다.
내가 일을 쉬고 있고, 프로젝트가 있다면 바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는 있다. 이렇게 놀고 있는 타이밍에, 점심 약속을 하나씩 잡으려 한다. 점심을 먹으며 당연하게 나오는 근황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내 네트워크에 내가 필요한 것을 알릴 수 있을 것이다.
2. 수익과 프로젝트 양에 대한 목표 설정을 하고, 꾸준히 모니터링 하며 균형 잡기
목표를 세우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직장을 다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이제는 수익과 프로젝트 양에 대한 목표를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했던 시간이 매우 길었던 적이 있었다. 업무가 적을 때의 재택근무는 효율적으로 일과 나의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천국이었지만, 업무가 많아질 때는 원룸에 갇혀서 하루에 12시간 이상 다람쥐 챗바퀴 돌듯 일만 하는 지옥이었다. 앞으로는 혼자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수와 난이도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적정량을 찾고 조절하지 않으면 골치아픈 일들이 생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프로젝트 양과 더불어 수익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 프리랜서를 하겠다고 호기롭게 회사를 나왔는데, 최소한 회사에 다니는 만큼의 돈은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응을 하고 자리를 잡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어느 기간 안에는 얼마를 벌어야 한다는 목표는 있어야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다행히 기간별 목표를 짜는 일은 지겹도록 많이 해 와서, 시트에서 쉽게 작성할 수 있다. 게다가 일방적으로 하달되는 '1년 내 구독자 100만' 같은 말도 안되는 목표가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발전하는 목표를 짤 수 있다는 게 매우 긍정적이다.
목표 설정 작업은 이미 완료한 상태로, 프로젝트 양은 구글 시트에서 관리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모니터링 할지 감을 잡으려 한다. 수익에 대한 목표는 원칙에 의해 작성을 했다. 1) 퇴사 1년째인 내년 7월의 수익은 퇴사 당시 월급 수준을 회복할 것 2) 8월부터 연봉 1,000만원에 해당하는 월 수익을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월별 수익 목표를 늘려 나갈 것.
숫자에 기반한 목표를 세우고 애매했던 생각들을 문서로 정리해 보니, 균형을 잘 잡으며 표류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나를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달은 우선 감을 잡아 가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프리랜서의 바다에 지치지 않고 뛰어들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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