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계획과 방향성이 세워지면서, 이제 주위에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야 되는 때가 왔다. 지인들께야 편하게 알리면 그만인데, 부모님과 여자친구를 설득하는 게 가장 걱정이었다. 내가 확신을 가지고 변화를 시도한다고 하지만, 아들이, 남자친구가 멀쩡한 직장 그만두겠다고 하면 좋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PT를 해서 설득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19로 긱 이코노미가 점점 활성화되고, IT 마케터의 수명은 짧으며, 어차피 프리랜서로 갈 수밖에 없다는 내용으로 PPT를 만들었다. 충동적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3년을 고민한 내용이고, 이미 일을 받아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해 시작하게 되는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했다.
만든 PPT로 여자친구에게 먼저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여자친구에게는 최악의 상황, 그러니까 프리랜서로서 제대로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고, 그렇게 되면 다시 취직을 하겠다고 하여 승낙을 얻어냈다.
그런데 부모님께는 PPT를 꺼내보지도 못했다. 프리랜서를 하겠다고 하니까, 여자친구와 같은 질문과 함께 자본금은 어느 정도 들지에 대해서만 질문하고 바로 OK를 해주셨던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은 하되, 결혼 전에 자리를 잡던가 안되면 취직을 해 돌아가던가만 잘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모님 같은 경우 애초에 설득 보다는 믿음을 드리기 위해 PPT를 만들긴 했는데, 일이 너무 쉽게 풀려 부담스럽기도 했다. 많은 양의 자유를 받으면, 그만큼 책임도 무겁게 뒤따르기 때문이다.
내가 일을 하는 데 가장 크게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OK 사인을 받았으니, 링크드인에도 프리랜서를 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링크드인에 글을 올린다고 당장에 어떤 일이 들어오지는 않겠지만, 카톡으로, 메시지로 많은 분들의 격려를 받을 수 있었고 잘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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