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하겠습니다."
들어간 지 한 달밖에 안 된, 새 직장을 나오고 말았다. 벌써 다섯번째다. 네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다섯번째 직장으로 옮기면서 정말 오래도록 다녀야지 하고 다짐했다. 하지만 퇴직금이 나올 정도까지는 다녔던 이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정말 빠르게 나왔다.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면서 인내심도 그만큼 늘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오히려 결단이 빨라지는 자신을 발견할 뿐이었다. 그만둔 것에 대한 후회는 없으나 오래 다니겠다던 다짐을 생각하면 속이 좀 쓰릴 뿐이었다.
사실 지금 당장 그만둔다고 생계가 막막한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로 많은 산업들이 망가졌지만, 다행히 내가 주로 커리어를 쌓은 IT 분야, 온라인 마케팅 쪽은 그나마 타격을 덜 입었다. 내 퇴사를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도 안타까움까지만 표현하고, 재취업이나 생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는 않을 정도다. 4~5개월은 버틸 정도의 은행 잔고가 있고, 이 시간 안에서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면 된다.
다만 이번에는 재취업을 열성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전부터 해왔던, 내가 다시 회사를 들어가는 게 맞는 것인가, 회사를 들어가지 않는다면 어떤 것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구체화할 것이다.
1. 내가 다시 회사를 들어가는 게 맞나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섯 번의 퇴사 중 네 번의 퇴사 사유가 "더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없어 보여서"였다. 회사는 돈 받으면서 일하니까 배우는 곳이 아니라 기여하는 곳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미 돈을 받으니까 구성원이 일에서 배운 것들을 바로 다시 일에 적용하고 그만큼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할 수도 없고, 업무 히스토리만 보존되었어도 감사할 정도다. 다만 회사에서 성장할 수 없다고 퇴사를 반복하는 사람을 보며, 회사도 속이 쓰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퇴사 시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을 때도 공통점이 있었는데, 새로운 프로젝트를 안정화시키고 루틴한 운영 모드로 들어가는 시기에 대부분 퇴사를 결심했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일들과 자주 마주해야 하는 스타트업 위주로 취업을 선호했고, 그 중에서도 아예 새롭게 시작하는 마케팅 업무들을 주로 했다. 이제는 아예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물론 고용이 보장되고 안정적으로 수입이 발생하는 회사 생활은 달콤한 면도 있다. 하지만 조직 안에서 제대로 일해볼 수 있었던 기억은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주니어 때부터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맛있는 음식을 주기적으로 누가 입에 넣어 준다고 행복할까?"라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지금도 크게 그 생각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퇴사가 반복되면서 이제는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야 해야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
2. 회사를 들어가지 않는다면 어떤 것을 해야 하나
우선은 좀 쉬면서, 생존에 필요한 공부를 해보고 싶다. 브랜드와 콘텐츠 영역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하지만, 퍼포먼스 마케팅 매체들을 직접 보면서 공부해야겠다는 그동안의 생각을 실천해 보고 싶다. 그리고 개인 브랜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무엇을 하든, 개인 브랜딩이 되어야 나를 셀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주변에 내가 백수가 되었다는 것을 알리고, 내가 어떤 강점을 지닌 사람인지 듣고 개인 브랜딩을 해 볼 생각이다.
이후에는 그동안의 커리어를 살려 프로젝트성 업무를 해볼 생각이다. 쉽게 말하면 프리랜서인데, 생활비를 벌면서 성장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를 알리고 일을 해보고 싶다. 의뢰를 받아서 일하는 것, 파트타임으로 일정 기간 동안 출퇴근을 하는 것 모두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성장하고 파트너나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형태면 모두 괜찮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것 같다. 안정적인 소득이 생긴다면, 책을 쓰거나 유튜브를 하는 등의 개인 창작 활동을 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여유 있을 때 구체화시켜 볼 계획이 있다. 그리고 내가 공부하는 것들과 일하는 것들, 그리고 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 계속 기록을 남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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