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마시고 난 뒤의 시간이 아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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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시고 난 뒤의 시간이 아까워졌다

2nddrawer 2023. 8. 3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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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을 기점으로 술을 마신 후 숙취가 심해졌다. 나이를 먹어서 회복 능력이 떨어져가는 탓도 있을 것이고, 결혼 후에는 술을 마시는 빈도가 확실하게 줄은 점도 원인일 것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친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있었다. 다들 아이를 키우고 시간을 내기 쉽지 않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마시게 되었다. 그래도 가정이 있는 만큼 적당한 시간에 파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다음날에 숙취가 생각보다 너무 심했다. 오전에는 거의 누워 있었고, 오후에도 쉬엄쉬엄 일을 해서 사실상 하루를 날리게 된 것이다.

 

와이프의 눈치를 보는 건 부차적인 문제였고, 이 날 해야 했던 일을 간신히 끝내기만 하고 내가 스스로 목표한 일은 거의 하지 못해 다음날의 부담이 커진 게 가장 안타까웠다. 회사를 다닐 때는 어떻게든 출근해서 버티면 되는 거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하루를 날리다시피 하면 오롯이 그 데미지를 다음날의 내가 받는다.

 

20세기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었던 마에스트로인 레너드 번스타인은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아내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고 했다. 내가 하는 일도 하루를 날리면 내가 알고, 이틀을 날리면 클라이언트가 알 것이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삶인 만큼, 내 일에 방해를 받는 요소를 줄여야 하는 것이 내 의무다. 술자리를 좋아하더라도 다음날에 영향이 있는 경우가 자주 생기면 프로라고 할 수 없다. 술마시고 난 뒤의 시간이 이렇게 아까우니, 절제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아티스트처럼, 운동선수처럼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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