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면서, 그리고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겪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명함이 가진, 즉 어떤 회사를 다니고 있거나 그 회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어떠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 명함을 뗀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
명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는 중요하다. 그래서 출신 학교나 지역을 이야기하고, 학연이나 지연 같은 말도 나올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어떤 회사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가 그 사람의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대기업 출신이니까 체계적일 것이다, 또는 마케터 출신이니까 트렌드를 잘 알 것이다 같은 기준을 잡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른바 '좋은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자부심이 보이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도 '후광 효과'를 보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회사를 떠나 일을 하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다녔던 회사가 퇴사 후에 크게 성장하고 이미지도 좋아지자, '중견기업 출신'이었는데 '대기업 출신'의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좋은 방향으로) 신분 세탁이 된 느낌이었다.
이렇게 근사한 명함은 그 명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그렇게 보이도록 하기 쉽다. 하지만 그 명함이 그 사람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명함을 떼고도 그 명함의 가치를 할 수 있을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좋은 명함을 가지고 있었으니 좋은 경험을 쌓았을 것이라는 매우일반적인 기대는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명함에 도취되어 과거에만 갇혀 있거나, 현재의 상황 유지에만 급급한 사람들이다.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좋은 명함을 믿고 중요한 자리에 모셨다가, 막상 일을 해 보니 없느니만 못해 속이 타들어가는 HR 담당자들의 고통을 자주 보았다. 명함인 줄 알았는데 명함이 아니라 완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명함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 명함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도 같을 확률이 높다. 예전에 다녔던 회사 사람을 만나면, 그 당시의 프레임을 기준으로 대화가 잘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좋은 프레임을 가지고 커리어를 이어간다면 굉장히 좋지만, 나쁜 프레임을 계속 가지고 있다면 세상을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수밖에 없다는 걱정도 든다. 즉, 명함에 가두어져 더 큰 성장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명함=나'일 때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도 명함은 필요하다. 다만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명함 안에는, '어디 소속의 누구'가 아닌, '누구'만 들어있을 것이다. 소속이 가지고 있는 후광 효과 없이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고 있다는 증명과도 같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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