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년의 프리랜서 생활을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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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년의 프리랜서 생활을 되돌아보다

2nddrawer 2023. 7. 2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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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일한지 만 2년이 지났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 그 전에 내가 보지 못했던 세상들을 볼 수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보다는 앞으로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 최근에는 아주 바빴다. 한 달이 넘게 일만 했던 것 같다. 피곤하고 지친 건 사실이지만, 물이 들어올 때 한 번이라도 더 노를 저어야 한다는 생각과 곧 내가 먹여살릴 가족이 하나 생긴다는 생각에 업무의 부하에 비해 피곤함은 훨씬 덜하다. 오늘 점심을 기점으로 좀 숨통이 트여서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바쁜 와중에 잠시 다녀온, 오아시스 같았던 오키나와

 

2년 동안 프리랜서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만족과 불안, 두 가지의 교차였다. 예전에도 밤이나 주말에 일하는 걸 개의치 않았었고, 그래서 지금처럼 밤이나 주말에 일하는 경우가 많아도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주중 저녁 전까지 좀 더 여유로운 건 마음에 든다. 아침마다 줄근하는 아내를 데려다 주고, 집으로 다시 와서 설거지를 하고, 내 일을 하다가 저녁에 다시 퇴근하는 아내를 데리고 온다. 눈치 볼 필요 없이 임신한 아내와 산부인과 진료를 함께 간다. 아이가 태어나면 어린이집 등하원도 내가 더 많이 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경험해 보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해본 것도 만족스럽다. 정해진 일을 하는 게 아니고, 소개를 통해 다양한 분야를 접하다 보니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읽는 느낌이다. 심지어는 어떤 프로젝트에서 얻게 된 배경 지식들을 다른 프로젝트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점점 더 이런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회사를 다닐 때도 여러 분야에서 일을 해서 나름 경험을 많이 쌓았다고 자부했지만, 그래도 지금이 좋은 경험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갈등 상황이 많이 없어졌다. 회사가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다는 말이 맞다. E 성향이라서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게 잘 맞고, 할 말 다 한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해결된다는 게 아니라는 걸 수없이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지금은 안되겠다 싶으면 거리를 두고, '내가 이걸 왜 해야돼'라는 일도 없다. '이걸 왜 하는지 몰라도 돈을 더 준다니까...'로 융통성이 생겼다.

 

저 공장의 불이 꺼지지 않는 건, 어디선가 꾸준히 저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찾아서일 거이다. (포항)

 

물론 세상 대부분의 일은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것도 있다. 먼저 이 생활은 정말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구조다. 여행처럼 장기간 일을 비우는 일이 생기면, 그 전에 몰아서 다 하거나 아니면 그 후에 모두 수습해야 한다. 따라서 일정을 관리하는 데 있어 불안정성을 없애기 위해 최대한 노력 중이지만, 새로운 변수는 항상 등장하고 '쫄리는' 순간을 맞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주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을 높이는 큰 원인이다. 사실 몇 개의 프로젝트는 1년이 넘게 나름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업무량=수입인 경우가 많아 업무량이 고르지 않다던지, 일정 기간마다 평가를 받고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던지, 때로는 종료 시기를 아예 가늠할 수 없이 갑자기 그만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에도 10월에 중요한 일 하나가 연장 여부를 위한 평가를 해야 한다. 연장을 위한 준비와 함께, 플랜B까지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블로그를 다시 돌아보니 만 1년이 되었던 시점에서는 회고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1년째 회고는 펑크가 났지만, 3년째에는 더 만족스러운 감정으로 회고를 했으면 좋겠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고, 내가 선택한 방식이 최소한 실패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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