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11일간 자가격리를 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재택근무에 이미 익숙해져 있어 집에서 오래 생활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 냉장고에는 생수 두 병과 재운 고기 얼린 게 전부였고, 물티슈나 건전지같은 생필품도 미처 사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퀵커머스 덕에 생필품과 간단한 가공식품을 쉽게 받아 자가격리 기간을 지낼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퀵커머스 플랫폼 내 상품이 다양해 만족스러웠고, 내친김에 퀵커머스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았다.
퀵커머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빠르다는 뜻의 퀵(Quick)과 상업 또는 상거래를 뜻하는 커머스(Commerce)를 합친 단어다. 퀵서비스만큼 빠르지만 저렴한 택배 수준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용했을 때 실제로 주문 후 30분~1시간 정도 내에서 배달까지 이루어졌다. 퀵커머스는 배달의민족의 'B마트'를 시작으로, 여러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배달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에서 퀵커머스를 시작하고 기존 편의점 유통에서 이에 대응해 퀵커머스에 진출하는 양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의 B마트는 주문한 상품을 소규모 물류센터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형태의 서비스로 배달료는 주문 금액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며, 최소 주문 금액은 1만 원이다. 쿠팡이츠 역시 송파구에 한정해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물류센터에 대기하는 전담 상주 라이더가 15~30분 내로 퀵커머스 중 가장 빠르게 배달이 가능한 구조다. 배달비는 2천 원이다. 요기요의 '요마트'는 라이더가 주문한 상품을 편의점, 마트 등에서 픽업해 배달하고 있다.
GS25 역시 편의점 상품 배달 서비스인 '우리동네 딜리버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동네 딜리버리'는 배달 기반의 플랫폼과 비교해 이미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데, 약 1만 5천 개의 GS25 편의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배달 서비스 강화를 위해 요기요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CU 역시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오아시스와 메쉬코리아가 합작한 부릉마트가 출범할 예정인데, 신선식품에 특화(새벽배송)된 오아시스와 배달에 특화된 메쉬코리아(부릉)의 합작에 많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퀵커머스의 가능성과 넘어야 할 산들
퀵커머스의 런칭은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의 발달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타격을 입었던 선례가 떠오른다. 다만 이번에는 타격을 입을 대상이 편의점 업계가 될 수 있다는 게 다른 점이다. 편의점 유통의 장점인 가성비에 따른 접근성에 퀵커머스의 경우 배달의 편리성까지 내세울 수 있다. 현재 쿠팡에서 서비스 하는 30분 내 배달이 송파구 외 다른 지역까지 확대되거나, 그리고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다른 업체들이 빠른 배송 경쟁을 시작한다면 충분히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편의점에 가지 않고도 편의점보다 더 다양한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배달 인프라의 확대 정착은 퀵커머스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작년 배달의 민족에서 낸 감사보고서에는, 퀵커머스 관련 수요가 2년 전 약 50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2천억 원까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퀵커머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제약조건도 극복해야 한다. 퀵커머스 특성상 근거리에 소규모 물류센터가 다수 갖춰져야 하는데, 주요 수요 지역으로 예상되는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것이 가장 먼저 예상되는 문제점이다. 그리고 빠른 배송을 위한 각 물류센터의 전담 상주 라이더의 인건비 고려도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배달비를 올릴 수밖에 없고, 퀵커머스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편의점의 강력한 반격으로 인한 각 서비스 간 출혈 경쟁도 예상된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온라인 중심의 유통 구조 변화에 타격을 입었던 것과는 달리, 편의점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성장을 유지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1인 가구 등 퀵커머스 타깃을 지속적으로 공략해 왔던 노하우와 함께, 각 편의점 점포를 소규모 물류센터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고려했을 때 배달 기반 플랫폼이 고전하는, 또는 출혈 경쟁을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물론 새벽배송이 효율화를 통해 처음에 우려되었던 문제점들을 해결했듯, 퀵커머스 역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리고 편의점 업계가 퀵커머스 트렌드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에 대응할지도 재미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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