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녔던 회사 중에,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트렌드를 잘 알아야 한다'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곳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디는 유행하는 이런 프로모션을 했다더라', '어디는 트렌드 스터디를 한다더라' 하는 말들이 자주 오갔다.
그 당시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다른 회사나 브랜드가 하는 일에, 트렌드에 신경을 쓰면서, 우리만의 마케팅 자산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을까. 지금은 트렌드이고 핫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촌스러운 마케팅 결과물이 되지 않을까. 내 마케팅 성과도, 마케터로서의 나도 트렌드에 너무 매몰되면 결국 소모되거나 닳아버리지 않을까.
대학교 1학년 때 방송반에 막 들어갔던 당시에, 선배들이 했던 말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영상을 만들 때 영상의 화려함도 좋지만, 생각을 깊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편집 기술을 알려주는 책보다, 관련 없어 보이지만 철학책을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이후로 내가 철학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영상을 열심히 만들지도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유발하는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으로 먹고 살면서 본질에 더 가까이 있는 게 한때의 트렌드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느끼고 있다. 그리고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 마케터로 활동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하면서 더욱 이런 생각은 강해지고 있다.
맞다. 나는 트렌드를 민감하게 따르는 기교가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마케팅의 목표를 달성하는 본질적인 면에 더 집중하고 있다. 당장 트렌디해 보인다는 건 그만큼 빠르게 쓰인다는 것이고, 자칫 그 신선도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당장은 트렌디하지 않더라도, 길게 보면 살아남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에 내 쓰임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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